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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마을회관 - 회관에서 알립니다

[추분] 오미동 이야기

조회 수 1364 추천 수 0 2013.10.01 14:20:12

추분은 춘분과 마찬가지로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입니다.

이제 밤이 더 길어진다는 것이고

곧 추워질 것이라는 말입니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급해집니다.

 

#1. 예술이다.

 

추분1.JPG

 

음악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쿵쿵거리고 사람들이 비틀거리는,

저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에서 흘러나오는

그런 음악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는 가끔 술을 마시면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저지른,

사람들이 나쁘다고 하는 행동들을

조금은 흥분했지만

자랑하거나 감정에 매몰되지 않은 상태로

말해주었습니다.

저는 그를 응원했습니다.

언젠가 그가 원하는,

사람들이 미칠듯이 놀 수 있는 음악을 만든다면

그것은 그가 얼마나 미쳐봤는가에 달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부러웠습니다.

나는

사람들의 평가나 이목에서 벗어나

미친개처럼 세상에 달려든 적이 있었던가.

나의 안녕을 저버리고

길바닥에 나뒹굴어 볼 수 있을까.

내 마음을 숨김없이 담담하게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어느 날,

내가 부끄러워 하는 과거와 생각들을

솔직하게 써보려고 펜을 들었습니다.

그리곤 한참동안 딴 얘기만 나누고는

느꼈습니다.

 

왜 소설을 쓰는지 알 것 같다.

왜 사실인듯 거짓인 이야기를 읽는지 알 것 같다.

나를 둘러싼

얇고 투명한 막을 벗어나는 것은

"해볼까" 라는 간단한 결정으로는 불가능하다.

 

미술을 하는 분께 이런 생각을 얘기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나는 내가 정말로 쓰고 싶은 색을 딱 한번 써봤다.

그리고 그것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남에게는 그냥 하나의 색깔이겠지만

나에게는 내 자신에게도 보여주기 싫은 나의 깊은 것이었다.

 

 

#2. 겁쟁이다.

 

추분2.JPG

 

스스로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자만이

모른다고 말할 수 있다.

스스로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자만이

무섭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날,

밤의 마왕이 쳐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두려움에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숨이 가빠지고 혼란스러워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럴 땐

세상과 전혀 상관이 없는 무언가를 합니다.

나의 일상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합니다.

지쳐서 잠들 때까지 그 무의미한 것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눈을 뜨면

아무일 없는 듯이

좀비가 되어 밝은 세상을 다닙니다.

웃고 떠들고 화내고 싸우고.

 

그러다가

밤의 마왕이 심장 속에 자리를 잡으면

그때서야 왜인지 고민을 합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떻게 하면 월세도 내지 않는 마왕녀석을 쫓아낼 수 있을지.

시험지를 보며 기억을 떠올립니다.

예전에 본 답안지를.

 

 

#3. 비룡이와 함께 떠나는 마라톤 대회

 

추분3.JPG

 

9월 29일.

곡성에서는 섬진강마라톤대회가 열렸습니다.

같은 날 구례에서는 철인3종경기가 개최되었구요.

비가 오는 와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뛰고 또 뛰었습니다.

 

8월 말,

비룡이와 만나서 이야기했습니다.

//너 요즘 날마다 무지하게 달리더라?

//네?

//왜 이렇게 하트를 보내는 거야~!

비룡이는 한동안 과자가 달리는 게임에 열중했고

화면 속에서 뛰고 또 뛰었습니다.

//진짜 한 번 달려보는게 어떨까?

 

이렇게 시작된 것이 우리의 10km 달리기 도전이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비룡은 운동부족으로 몸이 굳어있는 상태였고

달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사실, 마라톤 도전은 "소고기 무한흡입" 이라는 큰 당근이 있기에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달리기 연습 첫 날, 섬진강변.

비룡의 달리기 자세를 보고 놀랐습니다.

//헐~ 너 작년에 학교에서 5km 마라톤대회 나갔다면서. (달리기 자세가 왜 그 모양이야? 줄임)

//그 때는 그냥 걸었는데요?

1시간 가량을 걷고 뛰며 달리기 자세를 교정했습니다.

 

달리기 연습 둘째 날, 구례공설운동장.

비룡은 약 다섯걸음을 뛴 후 멈추었습니다.

//저 다리가 아파요.

//응. 그래. 원래 아픈거야.

비룡은 계속해서 아팠습니다.

//저 어깨가 아픈 것 같아요.

//응. 그래. 첨엔 다 그래.

//트랙에 흰 줄이 있는 것이 거슬려요.

//헐. 그냥 달리기 싫다고 하지?

//네. 달리기 싫어요!

우린 한참을 걸었고 서로 마음이 상했습니다.

 

달리기 연습 세째 날, 섬진강변.

비룡은 왠지 기분이 좋아보였습니다.

다른 날보다 많이 연습했고

가끔씩은 열심히 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또 아프다고 합니다.

//가슴이 아픈 것 같아요.

//괜찮을 거야.

전 모든 것을 핑계로 간주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추석이 지난 후,

비룡은 추석연휴동안 많이 아팠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는 폐렴이라고 했답니다.

비룡은 너무 아파서 울면서 소리를 질렀대요.

//내가 아프다고 했잖아~! 이제 안 뛸꺼야.

 

그렇게 비룡의 연습은 무기한 중단되었고

9월 29일은 다가왔습니다.

 

//오늘 뛸 수 있겠니? 아프지 않아?

//괜찮은 것 같아요.

//그래, 완주하고 소고기 먹자~!

우리는 무리에 섞여 뛰기 시작했습니다.

연습할 때와는 달리 좌우앞뒤에 사람이 있었고

와~ 하는 느낌으로 출발을 하자 멈추기가 힘들었습니다.

약 1km를 뛰었을까요, 비룡은 걷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비룡은 속으로 빨리 걷는다면 10km정도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비가 왔고

아파서 연습량이 적었고

분위기에 어쩔 수 없이 페이스조절을 못했기에

얼굴이 하얗게 변해있었습니다.

비룡은 춥다고 했고

우리는 2km 지점에 있었습니다.

5km까지 가는 것은 가능할 것 같았지만

과연 반환점을 돌아오는게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비룡의 하얀 얼굴을 한 번 보고 이야기 했습니다.

//돌아가자.

뒤로 두 걸음 정도 가던 비룡은

//아니에요.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럴래?

우린 다시 앞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5km 참가자 선두그룹이 반대방향으로 뛰기 시작했고

비는 장대비로 변했습니다.

//안되겠다. 우리 돌아가자.

 

그렇게 우리는 터벅터벅 걸어오면서

남들이 이를 악물고 들어오는 것을 구경했습니다.

 

 

#4. 답은 없다.

 

추분4.JPG

 

2차원 평면인 시험지를 받아들고 답을 쓰는 것과는 다르게

삶의 시험지는 같은 문제인데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답을 써야하는

혹은 답을 적는 도구나 글씨체, 답을 찾는 과정조차도 평가를 받는

3차원 입체인 시험인 것 같습니다.

 

1차 테스트를 쉽게 마치고 2차 테스트를 힘겹게 통과했는데

3차 테스트를 준비하고 보니 다시 1차 테스트를 봐야하는 것이

삶의 테스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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